News Letter / 회원동정
이동화 회원 (포항공대) 연구팀, 100m 기록으로 마라톤 선수 뽑던 시대 끝 배터리 소재, 이제 완주 실력으로 뽑는다
[배터리 소재 전 과정 자동 분석 기술 개발 및 분자 설계 원칙 제시]
마라톤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출발 직후 100m 기록만 보고 결정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러닝이 대세라도, 그건 누가 봐도 무리한 판단이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골라내는 방식도 꼭 이와 같았다. 그런데 POSTECH 연구진이 이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을 개발,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유기 전극 후보 물질 202종을 한꺼번에 찾는 데 성공했다. 또한, 어떻게 분자를 설계해야 더 높은 전압과 넓은 용량을 동시에 잡는지, '배터리 설계 공식'도 제시했다.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전동 킥보드까지. 현대인의 하루는 배터리와 함께 시작해 배터리와 함께 끝난다. 그런데, 배터리 핵심 재료인 코발트·니켈 금속은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인권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 전기차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 불리지만, 배터리 재료를 캐내는 과정은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생긴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탄소나 산소처럼 자연에 풍부한 원소로 만든 '유기 전극'이다. 유기 소재는 한 분자 안에서 여러 번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멀티 레독스(Multi-redox)1)’ 특성 덕분에 같은 무게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소재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 수백만 종에 달하는 후보 물질 중에서 쓸 만한 소재를 골라내는 일이 문제였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이동화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utoVoltage2)’는 자동화 시뮬레이션 기술로 배터리가 충·방전되는 전 과정에서 전압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동으로 추적한다. 각 단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에 따른 전압 변화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방식이 출발 직후 100m만 보고 마라톤 선수를 선발하는 격이었다면, 이 기술은 전 구간을 GPS로 추적하듯 배터리의 전 생애를 컴퓨터 안에서 재현해낸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대규모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고, 에너지 밀도 1,000Wh/kg(와트시퍼킬로그램) 이상 유망 물질 202종을 발굴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보통 200~300Wh/kg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물질들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고성능 유기 전극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설계 원칙도 도출했다. 전압을 높이려면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구조를 분자에 넣어 리튬과 결합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하려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구조를 써야 한다. 그리고, 오래 사용해도 전압이 뚝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반응 부위들을 적당히 떨어뜨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레고 블록 설명서처럼, 어떤 구조를 어디에 끼워야 원하는 성능이 나오는지를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이동화 교수는 “기존 방식으로 놓치고 있던 유기 소재의 잠재력을 이번 기술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라며 “연구진이 제시한 설계 원칙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넘어 나트륨, 칼륨 등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개발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4873
1. 멀티 레독스(Multi-redox): 하나의 분자가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환원 반응을 여러 번 수행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배터리 소재가 이 성질을 가지면 한 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2. AutoVoltage: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자동화 계산 워크플로우로, 유기 분자에 리튬이온이 순차적으로 결합하는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하여 배터리 전압 곡선과 에너지 밀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이다.이동화 회원 (포항공대) 연구팀, 100m 기록으로 마라톤 선수 뽑던 시대 끝 배터리 소재, 이제 완주 실력으로 뽑는다
[배터리 소재 전 과정 자동 분석 기술 개발 및 분자 설계 원칙 제시]
마라톤 선수를 뽑아야 하는데 출발 직후 100m 기록만 보고 결정한다면 어떨까. 아무리 러닝이 대세라도, 그건 누가 봐도 무리한 판단이다.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골라내는 방식도 꼭 이와 같았다. 그런데 POSTECH 연구진이 이 한계를 돌파하는 기술을 개발,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유기 전극 후보 물질 202종을 한꺼번에 찾는 데 성공했다. 또한, 어떻게 분자를 설계해야 더 높은 전압과 넓은 용량을 동시에 잡는지, '배터리 설계 공식'도 제시했다.
스마트폰도, 전기차도, 전동 킥보드까지. 현대인의 하루는 배터리와 함께 시작해 배터리와 함께 끝난다. 그런데, 배터리 핵심 재료인 코발트·니켈 금속은 매장량이 한정돼 있고,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과 인권 문제까지 불러일으킨다. 전기차가 친환경 교통수단이라 불리지만, 배터리 재료를 캐내는 과정은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생긴다.
그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탄소나 산소처럼 자연에 풍부한 원소로 만든 '유기 전극'이다. 유기 소재는 한 분자 안에서 여러 번 산화·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멀티 레독스(Multi-redox)1)’ 특성 덕분에 같은 무게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소재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해 수백만 종에 달하는 후보 물질 중에서 쓸 만한 소재를 골라내는 일이 문제였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이동화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utoVoltage2)’는 자동화 시뮬레이션 기술로 배터리가 충·방전되는 전 과정에서 전압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동으로 추적한다. 각 단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에 따른 전압 변화를 정밀하게 계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의 방식이 출발 직후 100m만 보고 마라톤 선수를 선발하는 격이었다면, 이 기술은 전 구간을 GPS로 추적하듯 배터리의 전 생애를 컴퓨터 안에서 재현해낸다.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대규모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고, 에너지 밀도 1,000Wh/kg(와트시퍼킬로그램) 이상 유망 물질 202종을 발굴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밀도가 보통 200~300Wh/kg 수준임을 감안하면, 그 잠재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물질들을 구조적으로 분석해 고성능 유기 전극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설계 원칙도 도출했다. 전압을 높이려면 전자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구조를 분자에 넣어 리튬과 결합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하려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구조를 써야 한다. 그리고, 오래 사용해도 전압이 뚝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반응 부위들을 적당히 떨어뜨려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레고 블록 설명서처럼, 어떤 구조를 어디에 끼워야 원하는 성능이 나오는지를 명확히 제시한 셈이다.
이동화 교수는 “기존 방식으로 놓치고 있던 유기 소재의 잠재력을 이번 기술을 통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라며 “연구진이 제시한 설계 원칙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넘어 나트륨, 칼륨 등 차세대 친환경 배터리 개발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에너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DOI: https://doi.org/10.1016/j.ensm.2026.104873
1. 멀티 레독스(Multi-redox): 하나의 분자가 전자를 주고받는 산화-환원 반응을 여러 번 수행할 수 있는 성질을 말한다. 배터리 소재가 이 성질을 가지면 한 번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2. AutoVoltage: 연구팀이 독자 개발한 자동화 계산 워크플로우로, 유기 분자에 리튬이온이 순차적으로 결합하는 전 과정을 시뮬레이션하여 배터리 전압 곡선과 에너지 밀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