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Letter / 회원동정
석현광 학술부회장, 동아사이언스지에 "AI 전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특별기고

[특별기고] AI 전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의 정서를 담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자금력과 작품에 대한 선구안, 세계적 공급망을 갖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금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문화적 종속, 창작 생태계 위축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우리 자체 플랫폼이 있었다면 이러한 우려는 줄었을 것이다. 토종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노력과 국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한류 확산이 경제 활성화, 산업 경쟁력 강화, 국격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슷한 현상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거대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계산 인프라,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이 삶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의 영향력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특히 국가 안보, 보건·의료, 국가 행정,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해외 플랫폼 의존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버린 AI와 자체 인공지능 인프라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 활용을 주저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 내외로 낮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소 제조업체와 일부 대기업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학령 인구 감소와 과학기술 인재 부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누구나 AI 시대'는 전면적 인공지능화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누구나 AI' 정책은 향후 5년 내 가시적 성과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삼성, 현대 등 자체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고등학생 이상 인구 약 3500만 명,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약 80만 개, 대기업 3000개가 인공지능 정책의 지원 대상이다.
어떻게 5년 내에 이들이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할 것인가. 스마트폰 확산 과정을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복잡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대리점, 서비스센터, 앱스토어 같은 공급망 덕분이었다. '누구나 스마트폰 시대'가 가능했던 이유다.
디지털 문외한도 대리점을 통해 각자의 여건과 수요에 맞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성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서비스센터에서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앱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장터를 통해 필요한 앱을 공급받는다.
'누구나 AI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스마트폰 대리점·서비스센터와 온라인 앱 장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 챗GPT 등 범용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요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이나 디지털 격차 해소 사업을 확대·보완하면 된다. 다만 생계를 우선해야 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 종사자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제조 공정 최적화, 신물질·신제품·신공정 개발 등 고난도 수요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분야별 인공지능 기술 지원 센터 운영이 적절하다. 이 센터는 연구 중심 조직이 아니라 엔지니어·기술자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솔루션을 신속히 제공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스마트폰 대리점·서비스센터를 떠올리면 된다.
다만 첨단기술이 필요한 경우 대학·연구소·전문기업과의 협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대한금속·재료학회에서도 소재 산업 인공지능화를 위한 전략을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한 바 있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정권 교체 때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관행은 지양하고 기존 산업계 지원 조직과 전문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인공지능화는 산업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소득 격차 확대와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시장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화를 통한 국가 효율성 제고 노력과 함께 국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정부 주도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자는 실행이 쉽지 않고 후자는 사회적 합의를 얻기 쉽지 않다. 막연히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해서 정책을 펴서도 안되며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 바둑에서도 최소한 10수를 내다봐야 고수라 한다. AI 전환의 시대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정책만이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drstone@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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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광 학술부회장, 동아사이언스지에 "AI 전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특별기고

[특별기고] AI 전환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오징어 게임'에 이어 한국의 정서를 담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자금력과 작품에 대한 선구안, 세계적 공급망을 갖춘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오징어 게임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지금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글로벌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문화적 종속, 창작 생태계 위축 등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우리 자체 플랫폼이 있었다면 이러한 우려는 줄었을 것이다. 토종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노력과 국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한류 확산이 경제 활성화, 산업 경쟁력 강화, 국격 제고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비슷한 현상이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거대 자본과 방대한 데이터,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계산 인프라,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생성형 인공지능 플랫폼이 삶 전반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의 영향력은 스트리밍 플랫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특히 국가 안보, 보건·의료, 국가 행정,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해외 플랫폼 의존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소버린 AI와 자체 인공지능 인프라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플랫폼 활용을 주저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 내외로 낮아지고 있다. 자영업자는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소 제조업체와 일부 대기업도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으며 학령 인구 감소와 과학기술 인재 부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누구나 AI 시대'는 전면적 인공지능화를 통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누구나 AI' 정책은 향후 5년 내 가시적 성과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삼성, 현대 등 자체 인공지능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을 제외하더라도 고등학생 이상 인구 약 3500만 명,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약 80만 개, 대기업 3000개가 인공지능 정책의 지원 대상이다.
어떻게 5년 내에 이들이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할 것인가. 스마트폰 확산 과정을 떠올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 복잡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에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대리점, 서비스센터, 앱스토어 같은 공급망 덕분이었다. '누구나 스마트폰 시대'가 가능했던 이유다.
디지털 문외한도 대리점을 통해 각자의 여건과 수요에 맞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성할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하면 서비스센터에서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앱스토어와 같은 온라인 장터를 통해 필요한 앱을 공급받는다.
'누구나 AI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도 스마트폰 대리점·서비스센터와 온라인 앱 장터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 챗GPT 등 범용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요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이나 디지털 격차 해소 사업을 확대·보완하면 된다. 다만 생계를 우선해야 하는 자영업자·중소기업 종사자가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반면 제조 공정 최적화, 신물질·신제품·신공정 개발 등 고난도 수요에는 전문성이 요구되므로 분야별 인공지능 기술 지원 센터 운영이 적절하다. 이 센터는 연구 중심 조직이 아니라 엔지니어·기술자 중심으로 수요자 맞춤형 솔루션을 신속히 제공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스마트폰 대리점·서비스센터를 떠올리면 된다.
다만 첨단기술이 필요한 경우 대학·연구소·전문기업과의 협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대한금속·재료학회에서도 소재 산업 인공지능화를 위한 전략을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한 바 있다. 한 가지 유념할 점은 정권 교체 때마다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관행은 지양하고 기존 산업계 지원 조직과 전문 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인공지능화는 산업계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소득 격차 확대와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국 시장 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화를 통한 국가 효율성 제고 노력과 함께 국가 경제의 활력을 유지할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정부 주도로 소득 재분배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자는 실행이 쉽지 않고 후자는 사회적 합의를 얻기 쉽지 않다. 막연히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 의존해서 정책을 펴서도 안되며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마추어 바둑에서도 최소한 10수를 내다봐야 고수라 한다. AI 전환의 시대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정책만이 국가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drstone@kis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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