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호
Oc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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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Letter

News Letter / 회원동정

석현광 회원 (KIST), 동아사이언스에 '정부예산 5%, R&D 투자 법제화'관련 특별기고문 게재

우리 학회 석현광 학술부회장께서 정부예산 R&D투자 법제화에 관련하여 동아사이언스 9월 10일자 지면에 특별기고문을 게재하였습니다. 특별기고문 상세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기고]'정부예산 5%, R&D 투자 법제화'…더 큰 수확을 기대한다면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법으로 비율을 고정한다는 것은 정치적 변동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투자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여야 모두 큰 이견 없이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정부의 급격한 R&D 예산 삭감이 빚은 과학기술 생태계의 혼란과 산업 경쟁력 저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치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왜 5%일까. KOITA(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이 OECD 주요국들의 정부 R&D 예산 평균값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제조업 비중 20%인 독일은 3.1%, 일본(19%)은 3.0%, 미국(11%)은 2.7%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약 30% 내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비중을 고려하여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적정 R&D 투자 비율은 정부예산 대비 5.2%에 달한다.

정부 총지출 대비 5%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와 여기에 더하여 남북대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가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R&D 예산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생산적 투자다. 어떤 투자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R&D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투입되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 장비와 시설 구축으로 국가 전반의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소요된다.

R&D를 통해 창출되는 기술과 지식은 산업 혁신은 물론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 동시에 팬데믹·기후 위기·전쟁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역량과 복원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예산 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메마른 밭에 씨앗만 뿌린다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개발 성과는 투입 예산 대비 놀라울 정도로 낮다”라고 지적했고 사이언스는 “한국은 예산 지출 강국이지만 단기성과 중심의 예산 집행이 연구개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평가에 대체로 동의하며 그 원인도 정확히 알고 있다.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적정한 규모로, 적정한 방법으로 쓰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연구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R&D 정책과 제도가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다.

R&D 생태계는 복잡하고 그 효과가 발현되는 과정도 독특하다.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인재 양성 기간을 고려한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장비와 시설 구축 역시 객관적 데이터와 예측에 기반한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 역시 부족하다.

또한 우리나라 20~50배의 R&D 예산을 쓰는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예산 수립과 집행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필요하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간 정부 R&D 예산의 약 20%가 투입된 4M D램 반도체, 10%를 투자한 CDMA 상용화 기술 개발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R&D의 ‘다양성’도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는 수시로 바뀐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모색할 수 있는 것도 10~20년 전에 '선택과 집중' 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이 분야에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대상에 따라 재정 투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목표가 명확한 연구에는 속도와 체계가 중요하고 기술 상용화와 창업 지원은 기술 성숙도와 분야의 특성을 반영하여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답을 찾아가는 연구는 연구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집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R&D가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10~20년 후의 미래를 함께 봐야 하며 '선택과 집중'과 함께 그 반대편에 있는“다양성 확보”라는 지향점을 가져야 하며 겉보기에 반대 위치에 있는 것 같은 효율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매우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있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와 함께 '통합적' 예산기획도 매우 중요하다. 부처별로 파편화된 예산 수립과 투자 우선순위 결정 관행이 지속된다면 국가적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반영한 전략적 R&D 예산기획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 정책전문가, R&D 관련 부처 공무원, 기재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과기혁신본부 산하 R&D 예산 통합기획위원회를 고려해 볼 만하다.

동시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위상을 격상하거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전체 부처의 R&D 예산을 통합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 강화와 통합적 기획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야 협치의 분위기가 조성된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국가적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다.

과학기술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혁신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그 시작점은 안정적 R&D 예산확보와 예산 효율성 향상이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drstone@kist.re.kr

2025년 10월호

석현광 회원 (KIST), 동아사이언스에 '정부예산 5%, R&D 투자 법제화'관련 특별기고문 게재

우리 학회 석현광 학술부회장께서 정부예산 R&D투자 법제화에 관련하여 동아사이언스 9월 10일자 지면에 특별기고문을 게재하였습니다. 특별기고문 상세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특별기고]'정부예산 5%, R&D 투자 법제화'…더 큰 수확을 기대한다면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정부 총지출의 5%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법으로 비율을 고정한다는 것은 정치적 변동에 상관없이 최소한의 투자를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여야 모두 큰 이견 없이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정부의 급격한 R&D 예산 삭감이 빚은 과학기술 생태계의 혼란과 산업 경쟁력 저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치된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왜 5%일까. KOITA(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이 OECD 주요국들의 정부 R&D 예산 평균값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제조업 비중 20%인 독일은 3.1%, 일본(19%)은 3.0%, 미국(11%)은 2.7%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약 30% 내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과학기술 의존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의 제조업 비중을 고려하여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적정 R&D 투자 비율은 정부예산 대비 5.2%에 달한다.

정부 총지출 대비 5%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와 여기에 더하여 남북대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가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다.

R&D 예산은 소모성 지출이 아니라 생산적 투자다. 어떤 투자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R&D 예산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로 투입되어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개발 장비와 시설 구축으로 국가 전반의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데 소요된다.

R&D를 통해 창출되는 기술과 지식은 산업 혁신은 물론 사회 전반의 효율성을 높인다. 동시에 팬데믹·기후 위기·전쟁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의 대응 역량과 복원력을 키우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예산 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메마른 밭에 씨앗만 뿌린다고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개발 성과는 투입 예산 대비 놀라울 정도로 낮다”라고 지적했고 사이언스는 “한국은 예산 지출 강국이지만 단기성과 중심의 예산 집행이 연구개발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이러한 평가에 대체로 동의하며 그 원인도 정확히 알고 있다. 예산이 쓰여야 할 곳에 적정한 규모로, 적정한 방법으로 쓰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연구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R&D 정책과 제도가 가장 근원적인 문제이다.

R&D 생태계는 복잡하고 그 효과가 발현되는 과정도 독특하다.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10년 이상 소요되는 인재 양성 기간을 고려한 선제적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장비와 시설 구축 역시 객관적 데이터와 예측에 기반한 선투자가 필요한데 이 역시 부족하다.

또한 우리나라 20~50배의 R&D 예산을 쓰는 국가들과 경쟁하려면 예산 수립과 집행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수다. 필요하다면 상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간 정부 R&D 예산의 약 20%가 투입된 4M D램 반도체, 10%를 투자한 CDMA 상용화 기술 개발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R&D의 ‘다양성’도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는 수시로 바뀐다. 미국과 중국의 양자·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모색할 수 있는 것도 10~20년 전에 '선택과 집중' 영역에 속하지 않았던 이 분야에 선제적인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대상에 따라 재정 투입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목표가 명확한 연구에는 속도와 체계가 중요하고 기술 상용화와 창업 지원은 기술 성숙도와 분야의 특성을 반영하여 맞춤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아무도 모르는 답을 찾아가는 연구는 연구자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예산이 집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R&D가 제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10~20년 후의 미래를 함께 봐야 하며 '선택과 집중'과 함께 그 반대편에 있는“다양성 확보”라는 지향점을 가져야 하며 겉보기에 반대 위치에 있는 것 같은 효율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매우 복잡한 고차원 방정식을 풀 수 있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와 함께 '통합적' 예산기획도 매우 중요하다. 부처별로 파편화된 예산 수립과 투자 우선순위 결정 관행이 지속된다면 국가적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반영한 전략적 R&D 예산기획이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 정책전문가, R&D 관련 부처 공무원, 기재부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과기혁신본부 산하 R&D 예산 통합기획위원회를 고려해 볼 만하다.

동시에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위상을 격상하거나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전체 부처의 R&D 예산을 통합적으로 기획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R&D 예산기획의 전문성 강화와 통합적 기획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높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야 협치의 분위기가 조성된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국가적 숙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기다.

과학기술 혁신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산업, 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혁신이야말로 우리나라가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그 시작점은 안정적 R&D 예산확보와 예산 효율성 향상이다.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 drstone@kist.re.kr